앞 포스팅에서 한자공부는 인내심 키우기, 한자공부는 갑골문자부터라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여기서는 한자의 닮은꼴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해되고 또 쉽게 기억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실은 이전의 한자공부 요령 두 편에서 사람 인(亻) 변과 나무 목(木) 변으로 지어진 한자들을 묶어서 표로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성격별로 비슷한 것끼리 묶음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구성 방식은 유사한 것끼리 익숙한 것끼리 학습하는 친화도(親和度) 중심의 일반적인 공부방법입니다.
친화도는 종류가 서로 다른 물질이 서로 화합하는 것을 일컫는데 우리 인간 세상에서도 서로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온 배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화합해서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질계에서는 물과 잘 섞이는 친수성(親水性)과 기름과 잘 섞이는 친유성(親油性) 간에는 서로 섞이지 못하지만 친수성끼리 또는 친유성끼리는 잘 섞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들 두 성질은 특별한 매개물이 없는 한 거의 섞이지 못합니다. 즉 서로 녹아들지 못합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지식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 간에 이러한 성질을 이해해서 공부하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새로 배우는 내용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서로 비슷한 특성이 무엇인지 빨리 포착할수록 빨리 이해되고 또한 기억도 빨리됩니다. 이렇듯이 한자를 공부할 때에도 한자 한 자를 배우고 나면 그와 비슷한 성질의 한자끼리 꼬리를 이어가며 학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같은 이치를 수용한다면 한자의 부수를 공부할 때에도 무조건 획수가 간단한 것부터 익히는 것보다는 이전에 배운 것과 비슷하거나 내포하고 있는 것을 익히는 방법을 권합니다. 물론 경험과 지식이 많은 분이 학습자 곁에서 유사성을 빨리빨리 선별해서 안내해 주는 역할이 있으면 학습 효과는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부족하나마 안내를 드려보자면 사람 인(亻) 변은 무슨 부호가 더해진 것인지 먼저 보겠습니다. 亻 자가 갑골문자를 통해 쉽게 이해되었다면 팔을 아래로 삐치고(丿) 허공을 뚫은(丨) 모양으로 서 있는 사람(亻)이라고 풀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삐친 모양과 뚫는 꼴의 부수를 한꺼번에 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사람 꼴이 들어간 다른 부수는 없는지 탐색의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현재 214개 부수 체계에서 사람(亻)의 형상이 들어간 부수가 과연 몇 개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사람의 몸동작의 변화에 따라 다음과 같이 사람이 부수로 쓰인 예들을 볼 수 있습니다.
214개 부수 중에서 엎드려 낮은 자세를 한 꼴로 된 어진 사람 인(儿) 자를 비롯하여 수 사람이 나란히 서서 견주는 꼴을 한 견줄 비(比), 두 사람이 서로 얽혀서 쥐어뜯으며 싸우는 꼴을 한 싸울 투(鬥), 양 무릎을 꿇고 상체를 굽힌 꼴의 몸 기(己), 한 무릎을 꿇고 상체를 굽혀 무엇인가를 받으려는 자세를 한 병부 절(㔾), 두 사람이 얽혀 뱀처럼 구부릴 때에 띠는 얼굴빛 색(色), 마지막으로 일정한 구역에서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느라 굽히고 사는 장소인 고을 읍(邑) 등 무려 여덟 글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람의 형상과 관련하여 가습에 새겨진 마음의 무늬 문 또는 글월 문(文) 자는 갑골문자부터 볼 때 배에 문신을 한 사람 꼴을 본뜬 상형문자(象形文字)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해서체인 문(文) 자는 마치 무늬를 그릴 때나 글을 쓸 때 머리를 베는 고통의 산물로 글월(文)이 만들어진다는 재미난 연상을 하게 만든다. 즉 부수 명칭으로는 위로 솟은 꼴의 머리 두(亠) 부수와 벨 예(乂) 자가 더해진 꼴로 되어있다. 뭔가 골을 갈라 글을 쓰는 내용을 실으려고 한 듯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갑골문자 꼴을 보면 몸통 중간을 배는 꼴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뭔가 마음이 담은 것을 갈라 내는 것이 글월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성씨 씨(氏) 자에서 혹시 사람 꼴이 느껴지는 분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현재 우리들이 한자라고 쓰고 있는 해서체(楷書體)는 바른 꼴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자공부를 하는 데는 갑골문자, 예서체, 해서체 순으로 익히면 이해가 빠를 뿐만 아니라 쉽게 기억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예서체(隸書體)는 전서(篆書)의 복잡함을 생략하여 노예(努隸)라도 이해하기 쉬운 글씨체로 간단하게 만든 필체이다. 그런 만큼 한자공부를 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예서체의 힘을 빌자는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한자공부를 할 때 예서체를 함께 익히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여기서는 세 가지 서체를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씨(氏)자는 본디 공물을 바치려고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 꼴을 본뜬 상형자(象形字)로 ‘성․각시(氏)’라는 뜻의 4획 글자이다. 그래서 씨(氏) 자는 공물을 들고 찾아온 지방정권의 수장이나 사신의 ‘성(姓)’다음에 붙이는 ‘호칭’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글자의 모양이 변하여 줄기 부분에 씨앗을 의미하는 점(․)이 더해져 씨앗이 뿌리를 내린다는 개념이 되었다. 이처럼 사람도 씨앗에서 뿌리를 내려 ‘혈통’을 이어간다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리킨 지사자(指事字)이다. 그리고 혈통을 잇는 자손들을 낳는 부인을 부를 때는 친정(親庭)의 성(姓)에 씨(氏) 자를 붙여 이름을 대신하면서 ‘각시’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렇게 해서 씨(氏) 자의 뜻이 ‘성(姓)․호칭․혈통․각시’가 되었다.
그런데 이 부수는 부수는 상용한자의 쓰임이 몇 개 안된다. 백성 민(民) 자와 근본 저(氐) 자뿐이다. 하지만 이들 두 글자는 형성 문자의 성부(聲部)에서 쓰이는 예가 매우 많을 수 있으므로 무시하지 않고 귀하게 대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한자부수는 닮은꼴끼리 이어서 익히는 것이 한자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는 일례만을 들어 마무리하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그래서 형성 문자를 구성하는 형부(形部)인 부수에 대한 간단한 예와 이어지는 닮은 성부(聲部)끼리 익히면 도움이 되는 소개를 마친 후 수 하나 하나에 대하여 설명을 덧붙여서 한자공부에 필요한 생각의 폭을 함께 넓혀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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